기후위기 정원활동 선언문
땅을 소유해야만 정원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말 농장, 공원, 공유지, 골목길 화분, 동네 짜투리 땅 등 대안적 방법을 통해 내가 먹을 채소와 이웃에게 마음을 표현할 꽃 한송이를 키워 보는 실천을 합니다. 이러한 정원활동은 그동안 잊고 있던 자연 감각을 일깨울 뿐 아니라 우리와 연결된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듭니다.
직접 땅을 가꾸지 않아도 우리가 도시에서 함께 살고 있는 풀, 나무, 작은 동물들이 생명으로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관찰하고 돌보는 활동도 정원활동의 일부입니다.
정원은 식물 전시장이 아닌 작은 생태계입니다. 인간만을 위한 정원이 아닌, 식물과 곤충, 작은 동물, 흙 속의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서식지로서의 정원을 가꾸도록 노력합니다. 정원 환경에 최대한 적합한 식물을 심어 정원사를 포함한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생태주의 정원을 지향합니다.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이 살아 있는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의 정원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아울러 도심지 내 생물 다양성이 고립되지 않도록 폴리네이터 가든 등 곳곳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잇는 실천을 합니다. 정원의 식물을 선택할 때는 우리 환경에 잘 맞는 자생종과 탄소 포집 능력이 높은 다년생 풀과 나무를 포함합니다. 또한 외래종을 선택할 때는 이 땅의 유기적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지, 기후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숙고하여 선택합니다.
풀과 현명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피식물, 바크, 볏짚, 돌 등 자연물을 덮어서 흙이 드러나지 않도록 합니다. 되도록 모종보다는 파종을 하고 정원에서 받아 쓰는 씨앗을 활용합니다. 정원에서 난 부산물과 생활 속 유기물을 모아 나만의 퇴비를 만드는 실천을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작업은, 기후위기에 큰 영향을 주는 메탄을 줄일 수 있는 일상적 실천이이며, 화학 비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화학적 농약, 비료, 개화 촉진제 등 포함한 화학물질 사용을 배제합니다. 작물을 파종할 곳만 구멍을 내서 종자를 파종하는 ‘무경운’을 통해 땅 속에 저장된 탄소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자연물로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적어도 분해 가능한 소재로 생산된 도구를 사용합니다. 이 모든 실천은 나의 일상을 고려하여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을 설정하고 시작하며 직접 실천하기 어려울 때는 그런 실천을 하는 공동체, 농부, 정원사와 연대합니다.
개인의 정원활동도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실천합니다. 혼자 가꾸는 정원 활동도 좋지만, 정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초대해 작은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합니다. 정원 공동체는 참여자의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서로에게 안전한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땅이 없는 도시 생활자도 정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시 내 공유지 개발 및 교육 등 정원활동에 필요한 사회적 기반을 발굴하고 제공합니다. 시민들에게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기능 외에,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환경을 만듭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숲공원의 시민 참여 정원은 우수한 사례입니다. 현재 시행하는 마을 정원사, 시민 정원사 교육 등에 원예적 정보 외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생태계와 공동체를 살피고 돌아볼 수 있는 커리큘럼을 넣어 교육합니다. 지자체는 연구 기관과 협업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식물 리스트를 연구하고 배포합니다.